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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신부] 26.06.17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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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장협 사무국 작성일26-06-17 09:14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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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17.연중 제11주간 수요일                                                                 

2열왕 2,1.6-14 마태 6,1-6.16-18

 


배움의 여정

“희망의 표징이 됩시다”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위해 간직하신

 그 선하심, 얼마나 크시옵니까!”(시편31,20ㄱ)

 

요즘 수도원의 변화가 눈부십니다. 획기적 전환점에 들어선 시점같습니다. 수도공동체가 역동적이고 활력이 솟는 듯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수도원 기반을 닦았고, 파코미오 수사는 수도원 틀을 놓았고, 새 원장 이사악 수사는 수도원 틀에 내용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엊그제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오전 떠들썩한 소리에 집무실 문을 여니 이사악 새 원장 수사가 허름한 작업복 차림에 젊은 수도형제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나뭇가지들을 쳐내며 정원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동체 공동노동 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순수와 열정의 젊은 원장 수사가 앞장서 솔선수범하니 젊은 수도형제들도 신나게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저절로 떠오른 생각입니다.

 

“아, 새 원장이 ‘희망의 표징’이 되고 있구나! 이웃이 보고 배울 이웃에 희망의 표징이 되는 것보다 이웃에 더 좋은 선물은 없겠다!”

 

젊은 후배 수도자들이 보고 배우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감동에 젖어 조용히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집무실 앞 예쁜 꽃밭은 사라졌지만 하나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반가운 지인 손님들이 왔다 가면, “우리 원장님입니다!”자랑하는 마음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는 것을 보면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뒤이어 떠오른 <하늘이 활짝 열렸다>라는 글을 나눕니다.

 

“초록색 단풍잎들 

 가득 하늘을 덮었다

 ‘있는 그대로’의 초록가지 초록 잎들이 좋고 예뻐 

 베어내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다

 

 가지들 쳐내니 하늘이 활짝 열렸다

 한 눈 가득 들어오는 가슴 가득 안겨오는

 푸른 하늘 흰 구름 푸른 산 

 마음도 활짝 열려 환하다

 

 쳐낸 초록잎가지 꽃병에 꽂으니 

 참 멋지고 신선하다

 늘 봐도 참 좋고 새롭다

 꽃꽂이에 비할 바 아니다”<2026.6.16.>

 

꽃 대신 초록잎가지 꽃병에 꽂으니 그 정취와 분위기도 색다른 느낌에 마음도 평화롭고 행복했습니다. 오늘 옛 현자의 가르침도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을 경계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다산>

“다른 사람이 한 번에 할 수 있다면 나는 백번을 하고, 열 번에 할 수 있다면 나는 천 번을 한다.”<중용>

“남용이 <백규>구절을 날마다 세 번씩 외우자, 공자가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논어>

 

이런 대단한 노력의 수행자들이라면 희망의 표징이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AI에 대한 답도 이런 노력의 수행뿐이겠습니다. 오늘 말씀도 보고 배울 가르침이 가득합니다. 예수님이야 말로 우리 인류의 영원한 희망의 표징이 되고 지금까지 열왕기 상권 독서의 주인공이었던 엘리야 예언자 역시 참 좋은 희망의 표징이 된 분입니다.

 

엘리야로부터 바튼을 텃치하여 뒤를 잇는 제자 엘리사, 그대로 예언자 엘리야 스승을 따라 평생 충실히 보고 배웠음을 봅니다. 옐리야의 승천을 목격하자,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부르짖었고,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을 잡고 “주 엘리야의 하느님께서 어디 계신가?”강물을 치자 물은 갈라지고 엘리사는 강을 건너니 새로운 장정의 시작입니다. 평생 엘리야 스승을 충실히 보고 배운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노인은 많으나 어른은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없는 시대라 개탄합니다만, 쓸데없는 기우입니다. 겸손으로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만나는 스승입니다. 저에게는 몸담고 있는 수도공동체가 평생 배움과 섬김의 위대한 스승이며, 복음의 예수님이야 말로 영원한 스승이자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수행의 핵심을, 참된 영성, 참된 겸손, 참된 관상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 말씀들 중심부 안에 그 모범이신 예수님이 자리하고 계심을 봅니다. 올바른 자선, 올바른 기도, 올바른 단식을 통해 참된 수행의 진리를 가르쳐줍니다. 일체의 허영이나 위선이 없는 본질적 깊이의,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의 하느님 중심의 진짜 수행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불가의 성철 대선사가 격찬한 복음 말씀이기도 합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를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참으로 매력적인 아름답고 향기로운 수행자들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감쪽같이 숨겨진 겸손한 수행, 참된 수행생활의 대원리입니다. 숨겨진 삶의 기쁨을 터득한, 발광체 주님을 반사하는 반사체들인 참된 겸손의 수행자들이야 말로 보고 배울 영원한 희망의 표징들입니다. 어제부터 흰 붉은 자귀나무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오, 반가와라

 때 되자 

 꼭 1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꿈처럼 피어난 

 흰 붉은 자귀나무 꽃

 늘 향기 맡고 뒤돌아 찾아내는 꽃

 언제나 그리움의 향기, 겸손의 향기로 남아 있는 

 자귀나무 꽃 같은 당신입니다”<2008.6. >

 

이맘때쯤이며 언제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귀한 손님 자귀나무 꽃, 향기 역시 보고 배울 스승이자 희망의 표징이 됩니다. 어제 어머니 기일을 맞아 성묘 차 다녀왔습니다. 제 어머니 신 마리아는 자귀나무 꽃같은 분이셨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웃의 참 좋은 <희망의 표징>이 되어 묵묵히 <배움의 여정>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는 모든 이들아,

 굳세게 굳세게 마음들을 가져라.”(시편31,2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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